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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탄생의 도시 에딘버러에서 10시간 이상 걸어다니기

국가
스코틀랜드
글 미리보기
스코틀랜드 6일차.
년도
2024
여행 날짜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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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루를 지도에 그려봤다. (화살표만 봐도 벌써 다리가 아프다!)

처음으로 맞이한 여유로운 일정

스코틀랜드 6일차, 에딘버러는 지금까지의 일정을 통틀어 그 어느때보다 맑고 따스하리라는 것을 커튼 사이로 내리쬐는 아침 햇살로 알 수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에 캘리도니안 슬리퍼(Caledonian Sleeper)를 탑승하기 전까지 마음껏 돌아다니면 되는 여유로운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하루였다. 체크아웃을 위해 짐을 쌀 때도 모처럼 여유롭게 정리를 할 수 있었고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야 문을 열고 나섰다.

여유로운 일정이라 부르고, 갈 곳이 없다고 쓴다

우리 숙소는 컨시어지가 있는 곳이 아니라서 체크아웃 이후에 짐을 대신 맡길 수 있는 파트너 호텔이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여행을 시작한 인파들 사이를 뚫으며 약 20분을 걸어서 도착할 수 있었다. The Scotsman Hotel 은 Edinburgh Waverley 역과 이어져 있는 (무려) 4성급 호텔이었다. 문을 스윽- 열자 나이가 지긋하지만 단정하게 연미복을 갖춰 입은 도어맨이 우리를 반겼다. 입구가 좁아서 나는 밖으로 나와있었고 아마 이름 등을 쓰고 짐을 맡겼을 것이다. 아래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다시 북적이는 역 근처였다.

Scott Monument

(좌) 멀리서 희미하게 보였던 Scott Monument (우) 그 반대의 풍경
에딘버러에 도착 한 날 차를 반납하고 숙소로 걸어갈 때 길게 쭉 뚫린 도로를 건넜는데, 쭉 뚫린 도로 끝에 첨탑 같은 건축물이 보였었다. 그게 Scott Monument 였었다는 사실을 직접 앞에서 본 후 구글맵에서 방향을 맞춰보고나서 알았다.
지금도 Scott Monument 를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스코틀랜드의 민속악기인 백파이프의 소리가 귀에 울린다. 한 사람만 불고 있는게 아니고 여러 개인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각자만의 노래를 연주하는데, 선율이 있는 음악이지만 듣기가 편하진 않았다. 멀어져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백파이프 소리를 뒤로 하고 National Gallery 를 따라 에딘버러 성이 위치한 방향으로 언덕을 올랐다.
물론 에딘버러 성은 사전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올드 타운을 더 구석구석 탐험하기 위해 걸었다. 음, 구석구석 탐험하는건 좋은데 공사 중인 에딘버러 신학 대학교 안에 들어간 엄마, 아빠는 살짝 이해 안 되긴 했다. 엄마, 아빠, 동생은 내부에서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나는 밖에 인부들이 혹시라도 나가라고 하는 사인을 할 까봐 그냥 밖에 서 있었다.
한 5분 걸어서 올라오니 바로 오른쪽에는 에딘버러 성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조금 시선을 돌리니 The Scotch Whiskey Experience 건물이 보였다. 위스키 테이스팅도 하고 투어도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가족 중에 술을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 둘러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혹시 다음에 오게 된다면 여기를 다시 들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건물을 보자마다 즉흥적으로 든 생각이라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어뒀다.
(1) National Gallery (2) 신학 대학교 (3) The Scotch Experience Experience

해리포터 세상 그 자체

에딘버러는 정부 보조금을 받던 시절의 JK 롤링이 The Elephant House 라는 카페에서 해리 포터를 탄생시킨 도시이다. 에딘버러 도시 곳곳에서 영향을 받은 흔적이 남아있어서 그 흔적들을 찾아 다니는 것이 해리 포터 팬이라면 꼭 해 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나도 해리포터를 책으로 접했고 영화를 몇 십번을 볼 정도로 팬이지만 내 동생은 광팬이다. 어렸을 때 부터 듣던 해리포터 영어 오디오북을 아직까지도 끼고 산다. 전권을 통틀어 걔가 읊을 수 있는 내용이 못해도 50장은 될거고 누구보다 해리포터 세계관을 빠싹하게 알고 있다. 진정한 덕후. 이 해리포터 덕후가 해리포터 탄생의 도시에 왔으니 얼마나 신이 났을까.
Diagon Alley 의 모티브가 된 거리는 Victoria Street 이다. 정말 다양한 상점들이 빼곡히 자리하고있는데, 그 중 단연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줄 서 있는 가게들은 해리포터 굿즈 공식 판매점들이다. 한 두군데 들어가봤는데 책, 티셔츠, 후드티부터 Fred와 George가 가게에서 팔던 상품들, 지팡이 등 다양한 것들을 팔았다. 동생이 돈에 인색한 편인데 자기는 해리포터에 돈을 쓰러 왔다고 찬찬히 둘러보기도 했다. 물론 런던으로 가면 해리포터 스튜디오에도 갈 예정이기 때문에 “이걸 여기서 사야하나?”를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다보면 The Elephant House 가 보인다. 아무래도 역사가 시작한 곳인데 들어가 앉아서 한 잔 마셔봐야하나 고민을 했다. 그런데 왼쪽에, 기존 Elephant House에 화재가 발생해서 지금 구역으로 이전했다는 문구를 보고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가 꽤나 비싸기도 했고. 그래서 사진 한 장 찍고 pass. 그래서 위의 사진에 표시해 둔 The Elephant House 장소가 잘못되었다. 당시 에딘버러에 있을 때 까지만해도 이전하기 전 장소가 남아있어서 그곳으로 저장해뒀는데 Vitoria Street 와는 한 블럭 정도 차이가 난다.
(1) 해리포터 가게 (2) The Elephant House
그 다음으로는 Greyfriars Kirkyard 공동묘지로 이동했다. JK 롤링이 책을 집필할 당시 인물의 이름을 이 곳의 묘비의 주인 이름에서 많이 따왔다. 인물 뿐만 아니라 Hermione의 고양이인 Crookshanks 의 이름도 이 곳에서 발견한거라고 한다. (묘비에는 Cruikshanks) 워낙 유명해서 해리포터 내의 인물 이름 찾기 워킹 투어가 매우 많다.
미리 알았더라면 신청을 고민해봤을텐데 뒤늦게 알게 되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나는 이 링크에 있는 글을 통해 직접 엄마 아빠랑 돌아다니면서 찾아다니면서 다녔다. 실제로 익숙한 이름들이 보이니 쫌 신기한 것. 묘지가 너무 크기도 하고, 해리포터 등장인물 이름 찾으라고 만들어진 지도가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개인이 찾기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나도 4~5개 정도 찾은 것 같다. 아래보면 (1) Prof. Alastor Moodie 의 성인 Moodie, (2) Prof. Minerva McGonagall 의 성인 McGonagall, (3) 모를 수 없는 Tom Riddle 의 Thomas Riddell (4) 무엇보다 Potter 라는 성.
Moodie / McGonagall / Thonmas Riddell / Potter
이렇게 찾아다니면서 “오! 오!” 하면 은근슬쩍 주변에서 찾던 사람들도 몰려들고, 우리도 스을쩍 붙어서 보고 그랬다. 자, 이 때 내 동생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남의 투어 한 가운데 따라다니면서 듣고 있음 ㅋㅋ 남의 투어 한 가운데 껴서 질문에 대답도 하는게 진짜 레전드 ㅋㅋㅋㅋ 뭔가 열심히 몰입해서 듣고 있어서 “이제 가자”라고 하기도 말하기 미안할 것 같아 공동묘지에서만 거의 한 시간 반을 걸어다녔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공동묘지라고 생각해 넘길 수 있는데 한 사람이라도 이곳에서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다면 너무 좋은 것 아닐까!

Five Guys 첫 경험

한국에 Five Guys가 강남역에 처음 국내 1호점을 오픈 했을 때 그 웨이팅 줄이 아직도 기억 난다. 왜 줄을 그렇게 섰는지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내게 햄버거는 2시간 이상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특별한 음식은 아니다. 그리고 ‘고작’ 햄버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에 반하는 마음이 들었던건지 여지껏 한 번도 Five Guys 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에딘버러 성을 보기까진 시간이 많이 남아 St James Quarter 쇼핑몰의 Five Guys 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아니, 햄버거도 서브웨이처럼 완전 커스터마이즈가 되는 시대가 왔다니. 아무래도 처음 왔다보니 주문할 때 너무 많은 것을 물어봐서 이 질문이 언제 끝날까 싶었다. 그리고 인당 18,000원에 이르는 가격.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음료 리필이 쉽지 않다보니 인당 세트를 주문하는 편인데, 모두 음료를 주문하고 앉아서 다른 테이블들을 둘러보니 하나만 시켜서 나눠먹더라 쩝. 육즙이 굉장히 많은 햄버거였고 맛있었지만 (취향에 맞지 않은) 텁텁한 감튀와 꽤나 비싼 가격 때문에 3.5점 드립니다 ^^

에딘버러 성

내부에서 보는 에딘버러 성 보다 멀리 외곽에서 보는 성의 견고함과 웅장함이 더 잘 느껴진다.
저녁에 캘리도니안 슬리퍼를 타고 옥스포드로 향하는 일정

캘리도니안 슬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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